‘길고양이 급식소’, ‘캣맘’과 일부 주민들 간 소통필요
‘길고양이 급식소’, ‘캣맘’과 일부 주민들 간 소통필요
  • 박정임
  • 승인 2018.04.12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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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3동·송도2동 주민센터 ‘길고양이 급식소’, ‘여전히’ 잘 운영… 타 동의 모범돼
현재도 '캣맘'들에 의해 잘 운영되고 있는 동춘3동(왼쪽)·송도2동(오른쪽) '길고양이 급식소'
현재도 '캣맘'들에 의해 잘 운영되고 있는 동춘3동(왼쪽)·송도2동(오른쪽) '길고양이 급식소'

 길을 걷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이웃이 있다. 오며 가며 만나는 이웃이지만 ‘우리의 이웃’으로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 바로 길고양이다.
 캣대디·맘들에게는 한없이 반갑고 안쓰러운 존재지만 일부 주민들에게는 두렵고 거부감이 드는 단지 ‘주인 없는 고양이’일 뿐이다.


 ‘캣대디’와 ‘캣맘’은 길고양이나 들고양이, 유기묘 등 주인이 없는 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 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이러한 캣대디·맘들과 일부 주민과의 마찰과 대립을 중재, 급식소 운영을 통한 길고양이 TNR(중성화수술)사업과 동물보호법 제4조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책무에 따라, 연수구청 경제지원과가 지난 2015년 3~4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운영계획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구 경제지원과가 인천캣맘협의회 협조 하에 주민센터와 동장들과 협의해 TNR을 병행한다는 조건으로, 송도1동(급식소 가격 7만원), 동춘3동(7만원), 옥련2동(13만원)에 급식소가 먼저 설치되고, 이어 동아·금호 아파트 단지 내(13만원), 송도2동(7만원) 순으로 설치됐다. 이렇게 총 5군데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 초기는 구 경제지원과에서 사료 20kg짜리 10포대를 구입해 각 급식소에 나눠주고, 그 이후로는 캣맘들과 인천캣맘협의회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길고양이와 주민들이 공존하기에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옥련2동에 설치된 급식소가 맘에 들지 않았던 얼굴 모를 어느 주민이 캣대디·맘이 밥을 주고 나면 어느샌가 와서 몰래 밥그릇과 물그릇을 다 뒤엎거나 아예 밥그릇을 없애버리는 등 방해를 해온 것이다. 결국 옥련2동 급식소는 설치되고 얼마 되지 않아 철거됐다.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운영계획안의 사업 기간은 지난 2015년 12월로 그 이전이나 후에 철거를 원하면 철거가 되고 계속 운영을 원하면 유지할 수 있었다.
 급식소가 설치되고 오래되지 않아 동아·금호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됐던 급식소도 급식소 위치와 사후관리에 대한 관리사무소·주민대표 측과 캣대디·맘들과의 충돌로 결국엔 철거되고 말았다. 동아·금호 아파트에서 철거된 길고양이 급식소는 현재 연수구청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지만 초기를 제외하곤 이마저도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 기간 이후 현재엔 송도1동 길고양이 급식소는 철거가 된 상태이고 구청은 그대로 유지는 되고 있지만 관리는 되지 않고 있다. 반면 동춘3동 주민센터와 송도2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는 밥그릇 가득히 사료가 담겨 있었고 물그릇에는 깨끗한 물이 담겨 있었다.
 ‘캣맘’인 박 모 씨(송도동, 32)는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것이 눈치가 보이고 불편했는데 길고양이 급식소는 캣대디·맘들이 정말 환영하는 사업 중 하나인 것 같다”며 “그동안 맘 편히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제공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고 하소연했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되지 않았던 선학동과 청학동의 주변 공원에도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달라는 민원도 들어왔다. 하지만 설치를 원하는 장소가 주택가와 가깝고 급식소를 설치하면 고양이가 몰려든다는 일부 주민들 항의로 의견조율에 실패해 결국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 경제지원과 원구연 주무관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사이에 두고 캣맘들과 일부 주민들의 대립이 생각보다 더 팽팽하다”며 “캣맘들은 기존 급식소는 철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거나 추가로 설치를 더 해달라고 요청하시지만, 반대하시는 분들은 길고양이가 급식소 때문에 모여들어 밤에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난처함을 표했다. 이어 “그렇다고 길고양이는 TNR이 가능해 유기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함부로 포획할 수 없기 때문에 공무원은 물론이고 개인도 길고양이를 이유없이 또는 불미스러운 목적으로 포획하다가 적발되면 동물학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당부의 말과 “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더 좋은 해결책과 개선책은 없는지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과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캣대디·맘과 주민 간의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의견조율에 성공한 주민센터들이 서로 입을 모아 말했던 사업 중 하나가 TNR이다. TNR을 구 경제지원과에서 무상으로 병행해준다는 조건으로 급식소 설치가 됐던 것인데, 길고양이에 TNR을 해주고 싶다면 현재도 구민 누구나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구 경제지원과에 길고양이의 포획을 알리고 포획틀을 무료로 대여받아 포획한 뒤, 포획사진을 구 경제지원과로 전송하면 된다. 포획한 길고양이는 연수구 내 동물병원 7곳, 연수(연수동)·노성남(옥련동)·신퍼피클럽(연수동)·웰니스클리닉연수점(동춘동이마트연수점)·송도건국(송도동)·따뜻한(연수동)·베리떼(송도동)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호전되면 방사사진을 찍어 경제지원과에 포획사진과 마찬가지로 전송해야 한다.


 2014년 길고양이 TNR사업엔 총 37마리(소요예산 458만원)가 중성화수술을 받았으며, 급식소와 TNR이 병행해서 운영됐던 2015년에는 44마리(520만원)가 수술을 받았다. 이어 2016년엔 50마리(570만원), 지난해엔 61마리(762만원)가 TNR을 받아, ‘때로는 반갑고 때로는 불편한’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위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뜻깊다.


 이 세상은 우리 사람들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다. 내 맘에 안든다고, 시끄럽고 더럽다고, 혹은 그냥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 배척하고 경계하기 보다는 포근한 손길 한 번, 따뜻한 관심 하나를 준다면 더욱 더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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