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롤러코스터 '암호화폐' 시장… 욕심이 火 불러
[취재수첩] 롤러코스터 '암호화폐' 시장… 욕심이 火 불러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9.02.0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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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가격이 100배 뛰었다가 싱크홀처럼 순식간에 꺼지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다. 10원도 채 안 되던 코인이 800원을 넘어선 게 불과 몇 달 전 얘기다. 그야 말로 롤러코스터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 지인의 사례처럼 30만원을 투자해 7,000만원으로 불릴 수만 있다면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현실은 새드, 호러, 반전 드라마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2)는 카드론 대출 3,000만원을 받아 가상화폐에 발을 들였다. 전일 대비 3~10% 오르는 건 흔한 일이어서 직장도 때려 치웠다. 차트만 쳐다보고 있어도 월급보다 몇 배는 더 벌 수 있을 거 같다는 판단에서다. 금방 빚도 갚을 줄 알았다. 물론 처음에는 따기 시작했지만, 점점 욕심을 부려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것이 화를 불렀다. 지금은 매달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시 일을 구했다.

박모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작년에 300만원을 주고 암호화폐 채굴기를 샀다. 집에서 돌리기에는 전기료가 많이 나와 인천 남동공단의 한 채굴장에 맡겼다. 달마다 이용료 12만원을 냈다. 틈틈이 돈을 모아 채굴기를 한 대 두 대 모을 생각이었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채굴장 운영자가 채굴기를 들고 야밤도주 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인 가격이 떨어져 채산성도 안 좋았는데, 아예 채굴기까지 도둑맞은 것이다. “이제는 불안해서 못 하겠어요. 그냥 적금이나 넣으려고요”

최근 ‘루빗거래소’ 폐업 논란 관련해서 취재하면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들었다. “4년 동안 적금한 돈인데”, “우리 딸 대학등록금이다 ”, “빚내서 했다 XX들아” 아우성이 빗발쳤다. 본보 기사가 나간 후 다음날 종합편성채널에도 보도가 되면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소개됐다. 여러 사례들을 접하면서 차라리 욕심을 줄이는 게 가장 큰 ‘익절’ 방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느 날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찾아 왔다. 이 대왕은 공손하게 대화를 청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내 무엇이든 해드리리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위대한 왕이시어, 지금 당신은 나의 따듯한 햇볕을 가리고 있으니 옆으로 한 발짝만 비켜서 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 그에게는 대왕의 방문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였다. 중요한 건 오로지 따듯한 햇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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