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용직 근로자 '빈손' 집行… 일감 떨어진 인력시장
[르포] 일용직 근로자 '빈손' 집行… 일감 떨어진 인력시장
  • 연수신문
  • 승인 2019.04.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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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돌아가야겠네", "조금만 기다려봐. 나랑 같이 갈 수 있는지"

5일 오전 6시 45분쯤 한 인력사무소. 작업복 차림의 구직자가 집으로 가려는 동료와 나눈 대화다. 오늘도 허탕을 치면 연속 3일째라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사실상 6시 30분이 데드라인이다. 이 시간이 넘어가면 대부분은 '빈손'으로 집으로 가는 걸 알고 있다. "지벵 생활비 갖다 줘야 하는데..."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내뿜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트레이닝복 바지 차림의 한 장년의 남성은 "기자 양반, 요새 일이 없어서 정말 죽겠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6시부터 나와 기다렸다고 밝힌 김모씨(43)는 “작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다”며 “올해부터 일거리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주변 인력사무소 관계자들은 100명이 온다 치면 50~70명은 '빈손'으로 되돌아간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현장 비수기인 겨울철 풍경과 흡사하다.

인력사무소가 위치한 상가의 복도에는 일감을 찾지 못한 20명가량의 일용직 근로자들로 북적였다. 장모씨(63)는 “작년 이맘때는 일을 하기 싫어서 일부러 안 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하고 싶어도 못한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 근로자가 한마디 말을 보탰다. “그때는 오히려 인력난을 겪었죠” 많을 때는 한 건설현장에서 20~30명가량 인부를 부르기도 했지만 요새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인근 직업소개소도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찼다. 사무실 내부에 비치된 의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7시까지 기다려 보자고 남은 사람들이다. 대부분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담배를 태우며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애태웠다.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건설현장도 많이 줄었고 외국인들이 거의 독점을 해서 일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아파트 건설현장 가보면 중국애들이 다 들어가 있는데 대부분 불법 체류자들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5월 기준 건설업 종사 외국인 근로자 수는 22만 6391명이다. 전체 인력의 19.5%를 차지했다. 합법적인 경우만 합산한 것으로 실제로는 80%에 달한다고 한다.

보통 일용직 근로자들은 보통 일당으로 13만원을 받는다. 이 중 10%는 인력사무소에 수수료 명목으로 낸다. 손에 쥐는 돈은 11만 7000원이다. 허탕 치는 날이 많다보니 생활이 넉넉지 않다. “순대국이나 먹으러 가자”는 동료의 권유에 한 구직자가 "됐어"라며 거절한다. “예전에는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고 그랬는데 요새는 안 그래. 경기도 안 좋고 물가는 계속 오르니까” 건설현장으로 이동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업무에 투임되는 7시가 넘은 시각, 대부분 '선택 받지 못한 사람'들은 호출을 받지 못하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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