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10(256GB)이 사실상 공짜."
9일 한 핸드폰 대리점에서 '파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매달 7만2990원만 납부하면 최신폰 '갤럭시S10 5G(256GB)'를 내 품에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단말기 출고가 139만7000원(24개월 할부)과 7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포함한 금액이다.
어떻게 매월 7만2990원만 내고 사용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겼다. 역시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다. 롯데카드로 매월 30만원 이상 결제해야 하고 2년이 지난 후 핸드폰을 통신사에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고 새로운 휴대폰을 장만해 2년 동안 같은 통신사 요금을 써야 한다.
"반납 상품이지만 반납 안 해도 피해보는 건 없습니다"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갑자기 해당 대리점 관계자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기기반납을 하고 다시 새로운 휴대폰을 구매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단비처럼 반가온 얘기였다. 너무 좋은 조건이라 믿기 힘들었다. "반납을 안 해도 손해보는 게 정말 없나요"라고 여러 번 물었다. "네 반납 안 해도 혜택 그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대리점의 답변이다. '이런 꿀팁!'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이른바 '호갱' 취급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주변 대리점에 물어보니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못 박았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무조건 반납해야 하고, 반납하더라도 기계가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고객이 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이 상품을 문의하는 고객이 오면 추천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양심상 찔리기 때문이다.
한 공식대리점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핸드폰 반납 필수'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반납하지 않으면 '단말기 50% 할인 혜택'은 날아간다고 한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반납할 때가 되는 2년 뒤에 그 대리점(반납 안 해도 된다고 말한)이 그대로 있을 줄 누가 알겠느냐"며 "당장 싸게 보이기 때문에 고객을 현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10 5G'의 공시지원금은 SKT가 최대 54만6000원, LG유플러스가 47만5000원, KT가 21만5000원이다. 대리점에서 주는 추가 지원금은 통신사 공시지원금의 15%를 넘길 수 없다. 일명 단통법에 따른 것이다.
기자가 이날 기기변경을 조건으로 대리점 여러 곳에 상담을 받아본 결과 대리점 추가 지원금으로 10만원까지 제시받았다. 7만5000원 요금제(5GX 스탠다드)를 쓸 경우 '갤럭시 S10'에 대한 통신사 공시지원금은 42만5000원이다. 대리점은 6만3750원까지 추가 지원금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56% 많은 10만원을 페이백 해주겠다고 제시했다.
다른 대리점에서는 8만9000원짜리 요금제(5GX 프라임)를 4개월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추가 지원금 14만원 정도를 불렀다. 역시 불법 보조금이다. 이 요금제의 경우 공시지원금은 48만원, 대리점 추가 지원금은 7만2000원이다. 내일 다시 오겠다고 명함을 달라고 하니 "불법 영업이라서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핸드폰 기기를 유통하는 일부 대리점에서는 최대 50만원대까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지원금을 포함하면 사실상 10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셈이다. 단통법이 시행된지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불법 보조금이 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