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갑질문화, 알바생 언어폭력 '백태'
직장 내 갑질문화, 알바생 언어폭력 '백태'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9.06.0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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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연예인의 과거 학창 시절 학우들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른바 '학폭미투'다. 얼마나 더 많은 연예인들이 구설수에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항이다.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형연은 결국 하차했다. 가수 효린에 이어 그룹 베리굿의 다예까지 추가 폭로가 터졌다. 노래방 마이크로 머리를 가격했다는 등 듣기만 해도 '아찔한' 얘기들이 민심을 들끊게 하고 있다.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는 평생 남는 상처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폭력은 넓은 의미에서 비단 연예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고름'과도 같은 존재다 <편집자 주>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청년 종업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카셰어링 업계에서 인바운드 상담사로 2년가까이 근무한 한 20대 여성은 '클레임'을 거는 고객 때문에 눈물을 훔쳤다. 고객이 시동을 끈 상태에서 실내등을 켜놨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이 됐는데 막무가내로 '무상수리'를 요구했다. 그는 "30분 넘게 통화를 하면서 온갖 욕설을 다 들었다"며 "전화가 끝나고 옥상에 올라가 서러워서 눈물을 쏟아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한 메신저 프로그램의 고객센터 상담사로 일했다. 근무 첫 투입날부터 이른바 '악성 콜'이 꽂혔다. 실수로 상품을 잘못 선물했는데 취소할 수 있냐는 거다. 이미 소유권이 넘어가서 되돌릴 수 없다고 다른 방법을 안내했지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통화는 점점 길어지고 고객의 언성도 점점 높아만 갔다. 하루 8시간 일하면 이런 '클레임'은 결코 피해갈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직접 고객과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 음성만으로 응대하는 업무 특성상 고객들의 강성 민원 비중이 많은 편이다. 감정 노동의 대표적인 업종이 고객센터 상담원이다. 민원이 많은 부서의 경우 따로 강성 고객을 상대한 다음에는 휴식시간을 별도로 줄 정도다. 하지만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업종에서도 '언어폭력' 문제에선 자유롭지 않다.

한 백화점 타워주차장에서 근무하는 A씨(32)는 고객으로부터 무시당하는 일을 당할 때마다 '그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두번 해본 게 아니다. 한번은 주말에 주차 차량이 밀려서 출차 고객의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그때 한 손님이 인상을 팍 쓰고 다가 왔다. 육두문자를 날리면서 차량이 언제 나오냐고 말했다.

또 타워주차장이 만차인 상태에서 다른 곳을 안내했다. 그때 한 고객이 도끼눈을 뜨고 "저기 자리 보이는데 왜 안 된다는 거죠?"라며 날카로운 고음의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빈 자리는 타워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빠져나가는 입구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지만, 고객을 진정시키는 데 무리였다. 일방통행에서 후진해서 나갈 테니 주차 통제를 해달라며 명령조로 말한 뒤 사라졌다. A씨는 "하인 다루듯이 대하고 기분나쁘게 반말로 툭툭 던지는 고객을 볼 때마다 정말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며 "우리도 사람인데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B(28)씨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손님으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할 뻔 했다. 취기가 올라 몸을 비틀비틀 거리는 한 여성이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왔다. 알바생은 상품 바코드를 찍은 다음 카드를 긁어 결제를 완료하고 내려났다. 그때 일이 터졌다. "지금 왜 저한테 카드를 안 주고 카운터에 놓으세요 장난하세요?" 고객이 말했다. 욕설도 오가며 상황은 나빠졌다. 아는 지인을 부르겠다며 전화로 남자들을 불렀다. 경찰까지 출동한 뒤에야 이들은 해산했다. 알바생은 "밖에 파라솔에 남자분들이 3~4명 정도 온 것 같은데 나가기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C(25)씨는 지방에 위치한 한 PC방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갔다. 일요일 오전 10시까지 찾아간다고 미리 약속하고 그날에 맞춰서 방문했다. 도착해서 전화하니 "이미 근무자 뽑았는데, 미안해요"라고 답변을 받았다. 소득 '1도' 없이 교통비랑 시간만 허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C씨는 "알바생과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런 점주 밑에서 일하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직장 내 갑질 문화도 여전하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공식블로그에 '2019년 상사 막말 40선'을 공개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4월30일까지 4개월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에서 막말과 모욕 갑질 사례를 추렸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학력비하, 장애인 모욕 등 다양하다.

"야. 니가 인간이냐. 노동청 찾아가지 왜 여기 왔냐. 씨X놈아. 니가 한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냐? 나잇살 처먹어서? 전화해서 밤 11시에 문자로. 니가 한 번 얘기해봐. 정당하다고 생각하냐. 그만두면 노동법에 뭐라고 나와 있는지 너네 아니? 사직을 할 경우 30일 전에 통보하게 돼 있어. 너네 같은 새X들 때문에. 야 그러니까 나이 삼십 다 처먹어서 그렇게 사는 거야. 야 꺼져. 신고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오픈카톡, 이메일, 밴드를 통해 들어온 제보는 총 2만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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