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난도 힘든데. 에어컨 없이 폭염 맞는 노인들
[르포] 가난도 힘든데. 에어컨 없이 폭염 맞는 노인들
  • 김웅기 기자
  • 승인 2019.08.0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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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누진세 경제적 뒷받침 되야만 감당가능
- 저소득층을 위한 필수사용량보장공제 되려 고소득층만 혜택
- 폭염에 노출 되면 노인들 목숨까지 위험

장마가 끝난 뒤 어김없이 불청객이 찾아왔다. 폭염이다. 연수구 연수3동 임대아파트 단지의 독거노인 A(80)는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으며 부채질을 한다. 베란다 와 현관을 열어 양쪽에서 바람이 통하게 해도 더운바람만이 방 안을 데우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 1달 남았는데 견뎌야지.”

A씨는 부채질을 하다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놀이터 옆 그늘 진 곳엔 정자가 있다. 그곳엔 A씨와 같은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대다수의 노인들 역시 더위를 피해 정자에 나온 사람들이다. 정자에서 만난 다른 노인은 뭐 에어컨 살 돈이 있어야지라면서 말 끝을 흐렸다.

같은 아파트의 B(82)는 에어컨이 있지만 틀지 않는다. “에어컨 있으면 뭐해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걸커버에 그대로 쌓여있는 벽걸이 에어컨은, B씨가 이번 여름 에어컨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걸 증명해준다.

여름나기에도 빈부격차가 나고 있다. 에어컨이 이제는 필수품이 되었지만 임대아파트의 독거노인들 대다수는 에어컨이 없다. 노인들은 평일엔 경로당으로 몸을 피하고 그마저도 자리가 없으면 밖에 나와 정자에 있는 게 대다수다. B씨처럼 에어컨이 있더라도 전기세가 겁이 나 틀지 않는 노인들도 상당하다.

현행 누진세는 2016년 개편한 것으로 한 달 사용량이 200kwh 이하(1단계)일 때는 1kwh93.3, 201~400kwh(2단계)이면 187.9, 401kwh 초과(3단계)일 때는 280.6원으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가파르게 늘어난다.

문제는 필수사용량을 197kwh로 잡았는데 이는 2014년에 가구당 보유 대수가 0.8대 이상인 가전기기로 산정한 것이다. 14년 당시엔 에어컨이 0.76대로 제외되었지만 누진세가 개편 할 당시인 16년에는 이미 가구당 에어컨이 0.8대를 넘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에어컨을 전력사용량을 필수사용량에 포함 해 산정한 결과 330.5kwh가 나왔다. 실질적으로 소득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현행 누진세 제도에선 에어컨은 전기세 폭탄이다.

또한 최대 4000원을 할인해주는 필수사용량보장공제가 저소득층 보호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몰린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처럼 가구별로 집계를 하기 때문에 고소득 1인 가구의 증가로 실질적인 혜택은 에어컨을 갖고 있는 고소득층이 가져가는 것이다.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 A씨처럼 에어컨을 가질 수도 없거니와 있더라도 B씨처럼 누진세가 무서워 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노인들이 폭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기온이 30~32도일 때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36도가 되면 30도일 때 보다 50% 증가한다고 한다. 고령자, 노약자, 어린이 등은 체력적으로 적응이 힘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크며 사망률이 증가하게 된다.

에어컨 1가구1대 시대. 도시를 뒤덮는 폭염 속에 임대아파트 단지의 독거노인들은 외지고 그늘 진 정자에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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