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마을②], 함박마을 갈등.. 안산시 원곡동 전문가들의 조언
[함박마을②], 함박마을 갈등.. 안산시 원곡동 전문가들의 조언
  • 김도훈 기자
  • 승인 2020.08.17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곡동 주민 "주민들 스스로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려고 했다"
안산이주민단체 "관의 보여주기식 대책은 무의미.. 환경이 아닌 사람 변화가 필요"

(본지는 지난 3일 함박마을 내 외국인 주민과 선주민들 간 일어나고 있는 갈등 상황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보도에서는 안산시 원곡동이 겪었던 외국인 주민과 선주민 간 갈등 상황과 해결 방안들을 소개한다)

늦은 시간 골목길에서 거울로 뒷사람을 확인하고 안심하라는 취지로 설치한 함박마을의 '안심거울'.
그러나 실제로 본 안심거울은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들게 했다.
안산이주민센터 박천응 대표는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산시 원곡동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내국인 주민이 6,700명에 불과한 반면 등록된 외국인 주민은 현재 약 2만명에 달한다.

▼원곡동 좋은 마을 만들기 추진 위원회. 김학래 회장 

김학래 회장. 원곡동 좋은 마을 만들기 추진 위원회
김학래 회장. 원곡동 좋은 마을 만들기 추진 위원회

원곡동은 10년 전부터 외국인 주민들로 인해 마을 내 내국인들과의 갈등이 잦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1순위로 꼽혔던 것이 쓰레기 무단투기다. 지자체에서 cctv설치나 단속을 해도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11년도에 안산시의 한 사회단체에서 쓰레기 무단투기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동네 상황에 해박한 마을 주민들이 조사원으로 함께 참여를 했다. 조사 결과 마을 내 약 25곳이 상습 무단투기지역으로 나타났고 그 중에서도 6곳은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주민들끼리 모여 생각한 것이, "6곳 중에서 딱 한 곳만 선택해서 청소든 뭐든 해보자"였다. "무조건 바꿔야 된다" 같은 거창한 목표도 아니었다. 한 곳만 정해서 주민들이 스스로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목표를 정하다보니 필요한 과정도 확실해졌다. 의례적으로 하기보다는 뜻을 함께하는 주민들과 함께 정해진 시간에 오전과 오후, 주말도 없이 1년 이상 열심히 청소를 했다. 처음에는 내ㆍ외국인들 모두 '글쎄'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반응이 오더라. 처음에는 우리가 공무원인줄 알았는지 남일처럼 보다가 마을 주민인걸 알자 태도가 달라졌다. 외국인들이 스스로 느낀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소하는데 고맙다며 음료수를 주고 간 사람도 있었으니까. 12년도 당시에는 길거리 쓰레기 대부분이 '검은봉지' 였는데 갈수록 종량제 봉투가 많아 지는 것으로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를 실감했다.  

'얼마나 갈까' 생각하던 지자체에서도 지원이 있었다. 주민들의 노력이 조금씩 효과를 보자 구와 경찰서에서 먼저 찾아와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관에서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중요한 것은, 행정력에 마냥 의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속이나 감시는 단기적으로 반짝 효과가 나타나긴 한다. 그러나 그 뿐이다. 지나고 나면 원상복구다. 외국인들은 종량제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계속 단속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한국에 대한 나쁜 인식만 심어줄 뿐이다.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를 인지하고, 주민들 스스로가 행동에 나서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또 가늘고 길게,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바로 앞에 놓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또 그 다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안산이주민센터 박천응 대표 

안산이주민센터 박천응 대표
안산이주민센터 박천응 대표

(박천응 대표는 안산에 20년간 거주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운동에 앞장서왔다. 다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외국인과 다문화 관련 조례와 법 제정에 기여했다)

외국인 주민과 내국인 주민들 간 일어나는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사람'을 바꿔야 해결이 된다. 

그러나 지자체 등 관이 주도하는 정책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환경 개선 중심의 마을 만들기는 누구나 다 할수 있다.

외국인 주민과 내국인 주민 간의 '갈등' 문제가 아닌가? 갈등이라고 하는것은 사람과의 관계 문제다. 관계를 놔두고 환경만 개선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쓰레기 문제로 갈등이 있는데 쓰레기 잘 버리는 시설을 만들고, 사람 투입해서 쓰레기 치우게 하면 끝이 아니다. 사람들이 빠지고 시설물만 설치를 하면 뭐하나?

그리고 관 주도의 다문화주의는 전담 인력이나 예산이 없는 형태다. 예산이 주어지면 내놓는 방안은 행사성을 띄는 게 많다. 보여주기식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돈만 쓰는 거다. 

또 공무원들은 매번 바뀐다. 그러니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대충 지나가게 되는 것 같다. 뚜껑 열어보니 골치가 아픈 것이다. 배정된 예산 쓰고, 뭐했는지 보고하고, 그럼 끝. 그 뒤는 어찌되던지 민원만 안들어오면 된다? 뭐.. 그런식이다.  

핵심은 자발성에 있다. 지역 사회의 리더가 되는 사람들이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동반자적인 파트너쉽을 가지고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해야한다. 이주민 중에서도 리더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들이 수시로 모임을 가지며 지역 사회의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고 행정은 그런 과정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관 주도의 행정이 심화되면 기존의 내국인 주민들은 이방인이 되고 만다. 모든 행정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외국인과 내국인, 어느 한쪽으로 행정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면 마을 공동체도 없어지고 만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전문가의 필요성이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현장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가 있다면 그들을 중심으로 상황에 대한 연구와 토론과 같은 활동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안산시 다문화도시 클러스터 정책 전략 연구 (출처(담당기관) : 경기도 안산시 외국인주민지원본부. 공공누리) 

2015년 안산시 외국인주민지원본부가 다문화학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지역자원으로서의 기회적 요소이자 사회문화적 갈등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문화'를 극복하고 다문화도시로의 재도약을 위해 실시했다.

연구 자료에서 한국인 주민과 이주민, 전문가, 단체, 공무원 등 각기 다른 집단이 내ㆍ외국인 갈등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자료의 활용을 통해 함박마을의 내ㆍ외국인 주민들 간의 갈등 상황을 단순히 해결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이를 하나의 지역 발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박마을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게재한다.)

◎주민

압도적으로 많은 외국인의 수에 한국인 주민들이 이방인이 된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주민들은 소외감을 느끼며 이는 곧 공동체 붕괴로 이어진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고, 지역 사회의 일에 주민참여가 저조하다.

이주민 밀집지역의 무질서(소음, 쓰레기, 더러운 거리, 외국인 범죄 등)이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민원을 제기해도 공무원들의 태도는 소극적이고 탁상 행정을 반복한다. '민원제기 창구'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인 주민과 내국인 주민 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주민들은 외국인 주민들과의 동거는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한다.

지자체와 주민들 간의 소통도 중요하다. 관 중심의 소통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자체의 일방통행적 행정은 좋지 않고 자발적 주민 참여가 마을 발전의 핵심이다.

◎이주민

이주민 밀집지역 안에서 폭력이나 기초질서와 관련된 법적 제재에 대해서는 한국 법이 너무 무르다외국인들도 다 알고 있을 것.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의 생활문화와 한국어 회화를 배우고 싶다(읽고 쓰는 것 뿐 아니라).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어디서 사야하는지 알려주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전문가

관 주도의 다문화가 지역 공동체를 깨트린다. 내 외국인 등 지역의 거주자를 주체가 아닌 객체화 시키기 때문이다. 지역 공동체는 지역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이 주도성을 가지되 민관협력기구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소통의 장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는 필수적이다. 배제시켜서는 안된다.

공무원들은 주도권 잡아서는 안 된다. 공무원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관 주도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맡기고 그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의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주민자치를 못하니 관치로 다 가져가버리는 것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를 낮춘다질서교육, 위생교육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주민단체

이주민단체가 난립해서는 안된다. 신생 단체는 이주민 문제에 무지한 상태로 투입되고 단체 간 중복 사업은 증가한다. 또한 단체 간 연대는 필수적이다.

이주민 단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종교단체들의 지나친 포교 활동은 문제다. 자기중심적 대형교회의 행태와 타종교 수용성 부족이 이주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다.

관이 민간단체를 다문화 행정으로부터 배제시키고 있다. 외국인 관련 부서가 다문화 사업을 독점하고 있고 민간단체 사업이 위축된다. 

그러나 관에 대한 기대는 낮다. '문제만 안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추진하니까.. 별로 기대가 안된다.  

민간단체가 안정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무질서에 대해서는 기초질서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주민 상권을 보호하고, 한국인 유입의 필요성 있다기존에 있던 원주민들이 소외되면 안되고 터를 유지하면서 같이 상생해야 한다.

다문화 정책과 행정에 공무원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와 이주민 당사자가 시정에 참여해야 한다.

민ㆍ관ㆍ단체 간 거버넌스 구축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와 더불어 주민 자발성에 의한 시민운동도 동반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공무원이 아닌, 외국인 이주민이나 전문가가 계약직으로 들어오는 시스템 필요하다.

비효율적 관 중심의 축제도 문제다관 주도는 실패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축제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상의 인터뷰와 자료를 통해 관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정은 실패한다는 것과 주민 자발성에 의한 주민 참여가 강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함박마을 주민들은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선주민과 이주민 단체 관계자들은 외국인 주민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한 서로간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범죄 예방을 명목으로 한 '안심거울' 설치나 내ㆍ외국인 주민들 간 소통을 위한 각종 행사 등 지자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자체와 지역 의원이 현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주민 자발성에 의한 참여도 잘 되지 않는 등 전반적인 관심도도 낮은 실정이다.

원곡동의 사례를 통해 함박마을 내 갈등 상황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천광역시 연수구 용담로 117번길 41 (만인타워오피스텔 11층)
  • 대표전화 : 032-814-9800~2
  • 팩스 : 032-811-9812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경래
  • 명칭 : 주식회사인천연수신문사
  • 제호 : 인천자치신문 연수신문
  • 등록번호 : 인천아01068
  • 등록일 : 2011-10-01
  • 발행일 : 2011-10-01
  • 발행인 : 김경래
  • 편집인 : 김경래
  • 인천자치신문 연수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천자치신문 연수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eyspres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