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시대에 산업단지라니 ---박병상 소장(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기고]코로나19 시대에 산업단지라니 ---박병상 소장(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 연수신문
  • 승인 2020.09.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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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누구의 탐욕을 위한 배려인가?
산업단지 아닌 녹지전환 서둘러야
박병상 소장(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박병상 소장(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서른이 넘은 아이가 어릴 적이었다. 칭얼대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 돌았다. 규칙적으로 몸이 움직이면 쉽게 잠에 빠지곤 했는데,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퇴근 시간이 지났으니 남동공단 방향으로 고물차를 몰았는데, 차 밖의 소음과 불쾌한 냄새, 그리고 질주하는 자동차가 의외로 많아 핸들을 돌리고 말았다. 재우려다 아이 건강이 염려되었으므로.

지금 아이는 건강하다. 그 경험 이후 아이 태우고 남동공단을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남동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꾼 그곳은 전보다 조용해졌다. 가동률이 60% 이하로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 중소기업 사장에게 들었다. 하지만 연수구에서 남동산단을 잇는 도로는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막힌다. 저어새를 관찰하려 근처에 갈 적마다 느끼는데, 안전하게 주차할 공간이 없다. 불쾌한 냄새는 거의 줄었지만, 공장 마당과 공장 사이의 녹지는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유수지에 찾아오는 저어새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독일의 유명한 공업단지를 견학한 적 있다. 20여 년 전이다. 2차대전 이전의 ‘루루공업단지’였는데, 버스에서 내린 일행은 녹지에 둘러싸인 공업단지에서 공장을 쉽게 볼 수 없었다. 공장 지붕이 나무와 숲에 덮였기 때문인데, 원래 시커먼 연기를 내뿜어 원성이 심했다고 한다. 공단의 노동자, 이웃 마을의 건강을 위해 공장 면적의 절반 가까이 나무를 심고 습지를 조성하자 공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그날 루루지방의 하늘은 우리 가을 이상 청아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가동률이 떨어져 남동산단에 빈자리가 늘어난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일으켜 일자리를 보전하려고 한다. 어떤 일자리가 적당할까? 정부는 디지털과 그린뉴딜을 이야기한다. 오염물질을 내놓지 않는 직업과 친환경으로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렇다면 남동산단의 빈자리는 녹지로 바꿀 필요가 있고 기존 공장도 되도록 디지털 분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다. 두 세대 전의 독일은 지금 우리보다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무를 심어 공단을 공원처럼 만들었다. 남동산단이 가야 할 길이 아닐까? 그 과정에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리라.

기후위기를 지금처럼 심각하게 만든 개발은 걷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만 불러들인 게 아니다. 코로나19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거침없이 퍼지게 했다.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종식될 때까지 철저하게 계속할 필요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의 대책을 요구한다. 기후변화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정책과 더불어 바이러스 창궐을 억제할 환경, 다시 말해 완충녹지와 습지의 조성을 제안한다. 영구동토에 얼어붙은 바이러스가 온난화로 녹은 뒤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타고 거침없이 번지길 바라지 않는다면, 인천시는 어떤 정책을 서둘러야 할까? 주택단지와 산업단지 사이에 녹지 조성이 시급할 텐데, 그런 정책을 서두르는가?

희한하다. 인천시는 녹지가 아니라 산업단지를 만들려고 한다. 거리두기로 지칠 때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건 일탈자 때문만이 아니다. 생태적 완충력을 높이는 녹지가 부족한 탓도 있는데, 기존 공단이 위축되는 인천에 ‘남촌산단’이 새롭게 모색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보호대상종 맹꽁이가 분포하는 지역에 발암물질 배출이 의심되는 산업단지를 그것도 주택단지 인근에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코로나19 시기에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기존 산업단지도 규모를 줄이거나 녹지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 누구의 탐욕을 배려하는 계획인가? ‘남촌산단’ 계획은 마땅히 없던 일로 돌이켜야 한다. 그 자리는 녹지가 들어서야 할 공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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