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문화보국과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기자수첩] CJ문화보국과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2.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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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봐도 기생충, 신문을 펼쳐도 기생충, 유튜브를 켜도 기생충 얘기로 아주 떠들썩하다. 그럴 만도 하다.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쓸며 새로운 역사를 썼으니까.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성과는 CJ 그룹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쥐기까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두 남매는 "문화 없이 나라도 없다"고 말했던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문화보국'을 기업철학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국 제작사 '드림웍스'에 당시로선 파격적인 3억 달러를 투자, 아시아 배급권을 따내는 등 국내 영화 사업을 이끌었다. 98년엔 국내 첫 멀티플렉스 CGV를 선보이고 2000년에는 배급투자사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 부회장은 1995년부터 CJ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했다. 그동안 문화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7조5000억원이 넘는다.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쓴 '기생충'에는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부회장은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오랜 기간 글로벌 문화산업에 투자하며 쌓은 인맥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등 발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위한 프로모션 비용으로 최소 100억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기업전문지 포춘은 이 부회장에 대해 "영화(기생충)의 최대 재정적 후원자는 한국 최대 재벌가의 미키 리(이미경 부회장 영어 이름)"라며 "미키 리는 영화인들을 비롯해 예술가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15세기 인구가 겨우 5만명 안팎이었던 피렌체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케란젤로, 라파엘로 등 위대한 화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메디치 가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서 가능했다. 미켈란젤로는 볼품없는 대리석에서 걸작 '피에타' 조각을 만들어냈다. 영화산업의 볼모지에서 뚝심있는 투자로 한국 영화의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마련한 숨은 주역들에게 "UP! UP!"을 외쳐본다. 제2의 기생충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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