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인터뷰] 꽃을 소재로 일상을 그리다 - 자폐성 장애인 양진혁 작가
[who is 인터뷰] 꽃을 소재로 일상을 그리다 - 자폐성 장애인 양진혁 작가
  • 김영민·김도윤 기자
  • 승인 2023.10.10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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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판정 이후 색칠 공부 관심...중학교 때부터 본격 그림 배워
작가 母,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되길
양진혁 작가
양진혁 작가. 연수신문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며 일상을 보낸다는 양진혁 작가. 그는 어렸을 적 중증 자폐성 장애 판정을 받았다. 

양 작가의 캔버스에는 주로 꽃과 새가 담겨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세상과, 그리고 이웃과 소통하려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평범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양 작가는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입선,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입선, 제25회 세계평화대전 입선 등 다수의 수상 경력과 SPIRIT OF ART New York K&P gallery, 한국장애인미술협회 회원전 등의 전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 작가의 개인전은 10월 2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연수구 소재 갤러리 카페(인천시 연수구 용담로 117번길 41 만인타워 11층)에서 개최된다. 

다음은 양진혁 작가의 모친이자 보호자인 하재경(53)씨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Q. 양 작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23개월부터 눈 마주침이 안되는 등 자폐 스펙트럼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30개월이 넘어서도 증상이 계속돼 병원으로부터 중증 자폐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아이(양 작가)가 자폐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도 움직임이 많지 않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색칠공부나 퍼즐과 같은 놀이를 즐겨했다. 

한번은 낱말카드로 놀이를 하던 와중에 단어에 맞는 그림을 단순하지만 정확하게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림을 가르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장애 아동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을 찾아 교육을 받도록 했다. 다만 당시에는 전문적인 그림을 배운다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해 보자' 이런 의도로 접근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다 보니 꾸준히 그림을 그리게 됐다.

 

Q.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운 건 언제인가

진혁이가 초등학교 때도 색칠을 일반 친구들보다 잘했었다. 그때는 '색칠을 잘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지 전문적인 그림을 배워 그릴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은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아이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전문적인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Q. 부모로서 양 작가의 활동을 보면서 행복했던 기억은

엄마로서 아이가 그린 그림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전시회도 여는 등 활동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고 또 뿌듯하다. 올해 1월에는 청와대에서 제작하는 달력에도 실리면서 가족들 모두가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아이의 조부모님이 정말 행복해하셨다.           

 

Q. 양 작가가 주로 그리는 그림의 소재는 

꽃이나 새를 좋아해 많이 그리는 편이다. 반복해서 많이 그리다 보니 디테일이나 이런 부분들도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고 한다. 일주일에 4일, 하루 4~5시간은 그림을 그리는데 아이한테는 일종의 놀이로 인식되니까 그림을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같다.

 

Q. 그림 외에 다른 활동도 하고 있는지

줄이 있는 악기들을 좋아해 첼로를 연습하고 있다.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악보 보는 걸 어려워한다. 악보 전체를 암기하는 건 가능한데 그걸 악보라고 인식해서 연주를 하는 건 힘들어한다. 악보 보는 연습도 가르쳐봤지만 잘 안되더라(웃음)

 

Q. 장애 아동들에 대한 인식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장애 아동들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지속적으로 경험을 통해 틀을 깨줘야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한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 최근 자폐 아동을 양육하는 보호자의 행위가 문제가 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이런 기회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우려도 되고 장애 아동에 대한 인식이 더 경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Q. 보호자로서 어떤 어려운 점이 있나 

당연한 얘기지만 보호자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울수록 아이를 돌보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월급의 60% 정도가 아이 치료비 명목으로 빠져나간다. 그래도 치료를 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임했다. 어떻게든 사회 안에서 아이가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치료인 만큼 그만둘 수도 없고 계속 가르칠 수 밖에 없다.

책에서 봤는데 일례로 외국에서는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적용해 치료를 한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장애 아동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생각은 비슷할 것 같다. 특히 아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찌 보면 슬픈 얘기지만 이별을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정부의 지원은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보호자로서 본인들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경제적으로나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두기 위해 노력한다.

보호자의 부재 또는 다른 만일의 사태에도 아이가 꾸준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두는 게 가장 우선돼야 하고 그런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됐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양 작가가 어떤 예술가가 됐으면 하는가

솔직히 예술가라는 생각은 없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게 일상이 되다 보니 ‘어디서 상을 받았어요’, ‘어디서 전시회를 했어요’라는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 주거나 아니면 본인이 만족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는 행복해할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와 어울릴 수 있는 그런 활동들을 계속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 양 작가의 모친인 하씨와의 인터뷰였다.

하씨의 말처럼 작가로서, 예술가로서의 삶은 양 작가 본인의 삶을 살 때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들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양 작가뿐만 아니라 장애를 지닌 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삶 그 자체를 향유할 수 있도록 관심을 보내고 지원하는 사회적 역할이 한층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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